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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이야기

[육아]육아하면서 깊이 이해하게 되는 장애인의 이동권 주장


이미지출처:  https://pixabay.com


아이를 키울때 유모차는 필수용품 중 하나입니다. 

저도, 한 돌까지는 아기띠로 안고다니는게 편했는데, 그 이후 아기 몸무게가 늘어다나보니 아이와 이동할땐 꼭 유모차에 앉히게 되더라고요. 아이도 유모차가 편한지 돌아다니다보면 그 안에서 잠이 듭니다.

그런데, 유모차를 끌고다니다보면 장애인들의 이동권 주장에 깊이 공감할 기회가 종종 있습니다. 인도에 정차해놓은 차량때문에 유모차가 지나가지 못할 때나 지하철을 타려는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 등이죠. 그럴 때는 내가 이동하겠다는데, 왜 길을 못가게 막는 지 화가 나면서, 답답한 마음이 듭니다.

오늘, 한 복지관을 방문했다가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저희 동네에 있는 복지관에서 마을관련 행사를 열고있있는데요. 주민참여제안사업에 영유아관련 아이디어를 내서 지난 11월부터 오늘까지 총 3번 기관에 방문했습니다. 행사 장소는 3층 프로그램실과 2층 강당이었습니다. 집에서 도보로 10분 걸리는 거리라 매번 유모차를 끌고 갔습니다. 그런데, 3번의 방문 중 3번 모두 엘리베이터를 이용할수 없었습니다. 

첫 번째 방문 때 가보니 엘리베이터를 수리하고 있더라고요. 두번째 방문일에도 엘리베이터는 이용할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날은 토요일이고, 첫번째 방문일로부터 이틀 뒤니까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3주가 지난 오늘. 세번째 방문한 기관 입구 엘리베이터엔 아직 사용승인이 안나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할수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습니다. 

'에고. 답답하다.'란 생각을 하며 그냥 집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아이는 이미 유모차에서 잠들었는데, 이 아이를 대리고 추운 날씨에 먼 길을 갔던 제가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복지관에 전화해서 오늘 방문했는데, 엘리베이터를 이용할수 없어서 돌아간다고 했습니다. 나와서 유모차를 올려달라고 할수도 있었지만, 지난번 방문 때 도움을 받아보니 흔들거리는 유모차에 타고 있는 아기가 위험해보였기 때문에 그냥 포기했습니다. 엘리베이터만 있다면 저 스스로 유모차를 옮길수 있는데, 괜히 도와달라기도 뻘쭘한 그런 마음도 있었고요.

3층에서 프로그램을 하는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뿐 아니라 어르신, 나이 어린 아이들은 이용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원래, 엘리베이터 수리에 이렇게까지 오래 시간이 걸리는건가요?

그 과정에서 이동이 어려운 이용자들은 기관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떨어질수 밖에 없을텐데, 계단 이동이 그리 불편하지 않은 사회복지사들은 엘리베이터 하나 고장난 것쯤이야 큰 문제로 다가오지 않겠죠?

저 또한 장애인들이 이동권을 주장하며 집회를 할때 크게 공감하지 못했던 부족한 사회복지사였으니까요.

육아를 하다보니 그들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게 되네요.